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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3

미 SEC의 가상자산 정책 개편 예고와 한국 기업·투자자에 대한 시사점

서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5년 9월 초 공개한 규제 의제에서 가상자산의 발행·판매에 관한 명확한 규칙 제정,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의 예외와 세이프 하버 도입 가능성, 그리고 가상자산의 거래소·대체거래시스템(ATS) 상장·거래를 뒷받침하는 제도 개편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집행 중심에서 규정 중심으로의 중대한 정책 전환으로 평가됩니다. 보도와 공식 발표에 따르면 SEC는 향후 수개월 내 관련 규칙안을 제안할 예정이며, 의장의 표현을 빌리면 “혁신·자본형성·투자자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는 새 초점”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사실관계 및 최신 동향
첫째, 정책 방향의 공개입니다. SEC 의제에는 디지털 자산의 오퍼·세일 규율 명확화, 특정 면제와 세이프 하버의 도입 검토, 브로커-딜러 규정의 가상자산 적용 정비, 거래 인프라 측면의 제도 업데이트가 포함되었습니다. 이는 5월 공개 발언에서 예고된 “가상자산 규정의 합리화” 구상과 궤를 같이합니다.

둘째, 감독·회계 환경의 정비입니다. SEC는 수탁회계 비용을 높였던 2022년 회계지침(SAB 121)을 철회하여 수탁·결제 생태계의 진입장벽을 낮췄고, 코인베이스의 규칙제정 청원을 둘러싼 연방항소법원의 판단은 SEC에 보다 충실한 규칙제정 판단을 요구하였습니다.

셋째, 시장 인프라의 전환 조짐입니다. 나스닥은 토큰형 증권을 본 시장에 상장·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SEC에 제출했으며, 이는 전통 시장과 온체인 인프라의 접속을 가속할 신호로 읽힙니다.

넷째, 정책 메시지입니다. 최근 언론 인터뷰와 연설에서 SEC 수장은 “증권에 해당하는 토큰은 소수”라는 입장을 피력하며 규제 재설계를 예고했습니다. 이는 과거의 포괄적 증권성 주장과 결이 달라 업계에 상당한 정책 시그널로 해석됩니다.

다섯째, 범정부 공조입니다. CFTC와의 공동 이니셔티브를 통해 레버리지·마진이 수반된 디지털자산 현물거래에 관한 가이던스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추가로 공개되었습니다.


관련 법령·기준 정리
미연방법상 증권 여부는 대법원의 판례 기준에 따라 판단됩니다. 투자계약 여부는 SEC v. W.J. Howey 판결에서 정립된 “타인의 노력에 의한 수익 기대를 중심으로 한 투자계약” 기준이 핵심이며, 유통성 있는 채무증권성 여부는 Reves v. Ernst & Young 판결의 이른바 패밀리 리셈블런스 테스트가 적용됩니다. 발행·판매 단계에서는 1933년 증권법상 등록 또는 면제가 문제 되며, 대표적 면제로는 Reg D(특히 506(c)의 일반광고 허용 요건)와 역외공모에 관한 Reg S가 있습니다. 유통·거래 단계에서는 1934년 거래법, 규정 ATS 및 브로커-딜러 재무책임·수탁 규정의 적용이 쟁점입니다. 최근 SEC 트레이딩·마켓 부서의 FAQ는 디지털자산(증권형·비증권형 모두 포함)에 관한 브로커-딜러·이전대행기관 규율의 적용과 완화를 안내하고 있으며, 기존 합동성명 철회 후 통제·수탁 인정 범위가 재정비되었습니다.

주요 판례·사건 동향
리플 사건에서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2023년 일부 요건 하의 공개시장 판매는 증권 제안에 해당하지 않지만 기관투자자 대상의 계약상 판매는 무등록 증권 판매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후 2024년 최종판결에서 리플에 민사벌금과 금지명령이 내려졌고 2025년 여름 감경 합의 시도는 법원의 견제를 받았습니다. 본 사건은 “토큰 그 자체”와 “거래 맥락”을 구분하는 판단 틀을 시장에 각인시켰습니다. 테라폼랩스 사건에서는 2024년 배심 평결과 이후 판결·합의에 따라 거액의 금전제재와 사업 정리 조치가 확정되어, 허위·오인 유도형 마케팅과 스테이블코인 안정성 주장과 관련한 강력한 집행 선례가 형성되었습니다. 텔레그램·킥 사건 등 초기 ICO 집행사례는 사전계약과 사후 토큰배포를 통합한 전체 스킴이 투자계약으로 평가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정책 변화의 법적 함의
첫째, 세이프 하버의 재등장입니다. 2020년 피어스 커미셔너가 제안했던 3년 한시적 세이프 하버 구상은 개발·탈중앙화 진행, 정보공시, 반부정행위 의무 등을 전제로 집행리스크를 낮추는 접근이었습니다. 이번 의제의 “예외·세이프 하버” 방향성은 그 철학을 계승하되, 기성 자본시장 규정과의 정합성, 투자자 보호장치를 보다 촘촘히 설계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문안은 행정절차법에 따른 제안·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구체화될 것입니다.

둘째, 거래 인프라의 제도화입니다. 가상자산을 ATS나 국가증권거래소에서 취급할 수 있도록 규정 손질을 검토한다는 점은, 증권형 토큰의 상장·결제·수탁을 전통 인프라에 접목시키는 방향입니다. 나스닥의 토큰형 증권 상장 추진은 이러한 정책 전환과 맞물려 시장표준을 앞당길 촉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셋째, 집행에서 규정으로의 축 이동입니다. Coinbase 청원 사건에서의 사법부 견제와 회계지침 철회, 트레이딩·마켓 FAQ의 정비는 집행 리스크를 제도 설계로 치환하려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다만, 사기·허위공시 등에 대한 엄정한 단속 기조는 유지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넷째, 비교법적 정합성입니다. 유럽연합의 MiCA는 2024년 스테이블코인, 2024년 말 전면 시행으로 발행자·서비스제공자 규율을 확립하였고, 영국은 디지털 증권 샌드박스를 통해 DLT 기반 발행·거래·결제를 실험 중입니다. 미국의 제도화는 이러한 글로벌 표준과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고 관할 경쟁을 촉발할 것입니다.

한국 기업·투자자의 실무상 고려사항
첫째, 발행·판매 구조의 재설계 필요성입니다.
미국 내 오퍼 또는 미국인 대상 세일이 개입되는 구조에서는 1933년 법상 등록 또는 면제를 전제로 해야 하며, 제안되는 세이프 하버의 적용대상·조건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현행 체계에서 활용도가 높은 Reg D 506(c)는 일반광고를 허용하되 전문 적격투자자 매수와 적격성 확인 의무를 충족해야 합니다. 역외공모(Reg S)는 오프쇼어 거래와 미국인 정의·타겟팅 제한에 대한 준수가 관건입니다.

둘째, 거래·유통 단계의 규정 준수입니다.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될 여지가 있는 경우 브로커·딜러, ATS, 이전대행기관 체계 하에서 수탁·결제, 고객자산 통제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최근 SEC FAQ는 통제·수탁 인정 범위를 넓히는 방향을 시사하였습니다. 이는 한국 발행사가 미국 내 라이선스 파트너를 통해 합법적 유통을 도모할 수 있는 창구를 확대합니다.

셋째, 맥락 기반 증권성 평가에 대한 대비입니다.
리플 판결이 보여주듯 동일 토큰이라도 거래상대방, 정보 비대칭, 계약조건, 마케팅 메시지에 따라 증권성이 달리 평가될 수 있습니다. 기관 대상 대량판매, 사전계약 기반 배포, 수익 기대를 유도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리스크를 높입니다. 초기 ICO 집행사례는 사전계약과 후속분배를 통한 평가하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넷째, 사법적 리스크의 관할·적용범위입니다.
10(b) 영역에서 확립된 모리스 판결의 거래지 기준은 공시·반부정행위 규범의 역외 적용 한계를 시사합니다. 다만 등록·면제 체계나 집행정책은 별도 고려가 필요하므로, 미국 투자자에 대한 타게팅, 로드쇼·웹세미나의 접속 통제, 오프쇼어 거래의 실질을 염두에 둔 설계가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