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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9
원화 스테이블코인, 외국인 관광객의 결제에 활용할 수 있을까
서비스 분야
변호사
문화체육관광부는 9월 28일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50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6% 늘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관광 분야의 카드 소비액은 14조 180억 원으로 48.5% 증가했다. 관광객은 입국 전에 숙소와 공연을 예약하고, 한국에 와서는 식당과 상점에서 돈을 쓰며, 귀국할 때는 남은 원화를 다시 바꾼다. 그 과정에서 겪는 환전과 결제의 불편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줄일 수 있는지 따져볼 만하다. 다만 관광객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새로운 결제수단이 필요하다는 점까지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 지갑을 쓰는 관광객이 출국 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사 둔다. 그 코인으로 국내 숙소와 공연을 예약하고 입국한 뒤에는 식당과 상점에서 결제한다. 예약부터 현지 소비까지 같은 잔액을 쓰고 가격도 처음부터 원화로 정해지므로 관광객은 여러 번 환전하거나 결제할 때마다 환율을 따질 필요가 줄어든다. 귀국한 뒤 남은 금액까지 쉽게 돌려받을 수 있다면 이용할 이유는 더 커진다. 그러려면 관광객이 쓰는 해외 지갑과 국내 결제사업자가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원화에 연동된 코인을 발행했다고 이런 서비스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가맹점이 직접 지갑을 만들고 코인을 관리해야 한다면 점주는 도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가맹점은 기존 단말기나 QR로 결제를 받고 결제사업자가 코인을 받아 원화로 정산해 주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BC카드는 지난해 12월 외국인이 해외 지갑에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선불카드로 바꿔 국내 가맹점에서 QR로 결제하는 실증을 마쳤고 올해 8월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USDC)으로 결제하고 가맹점이 기존 카드 결제처럼 원화로 정산받는 실증 결과도 발표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도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외국인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를 9월 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방식은 아직 실증이나 출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이미 국제카드와 해외 간편결제를 쓸 수 있고 외화를 충전해 쓰는 관광객용 선불카드도 나와 있다. 1~8월 카드 소비액이 14조 원을 넘었다는 사실은 관광 수요가 크다는 뜻이면서 기존 수단이 그 수요를 상당 부분 감당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관광객에게 더 낫다고 하려면 코인을 사고, 결제하고, 남은 잔액을 돌려받는 데 드는 비용을 모두 더해 기존 수단과 비교해 보아야 한다. 쓸 수 있는 매장이 얼마나 되는지도 중요하다. 가맹점의 판단 기준은 정산 기간과 수수료, 결제 취소와 환불을 처리하는 부담이다.
블록체인 전송이 빠르고 저렴하다고 해서 결제 전체가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이 자국 통화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살 때 환전 비용이 생기고, 귀국한 뒤 잔액을 상환받을 때 다시 비용이 든다. 결제사업자가 코인을 보관하고 원화로 바꿔 지급하는 비용도 결국 누군가 부담한다. 가맹점의 원화 정산 역시 은행 계좌를 거친다. 이 비용을 모두 더하면 코인이 이동하는 구간만 짧아졌을 뿐 기존 카드보다 비싸질 수도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과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앞의 실증과 서비스는 모두 관광객이 외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하고 가맹점이 원화를 받는 구조다. 관광객이 이미 갖고 있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따로 살 이유는 크지 않다. 원화로 여행 경비를 미리 충전해 두는 기능은 기존 선불카드도 제공한다. 결국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쓸모는 특정 회사의 서비스를 넘어 여러 지갑과 가맹점에서 통용되는지, 구매와 환급 비용을 실제로 줄이는지에 달려 있다.
국내 논의는 주로 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지에 집중되어 있다. 9월 말 현재 정부안은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고 금융당국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을 이유로 은행 중심의 발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발행인을 정한다고 관광 결제가 바로 가능해지지는 않는다. 은행이 준비자산 관리와 상환을 맡더라도 해외 고객을 모으고 국내 가맹점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는 결제회사와 핀테크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
사업자가 현행법에서 따져야 할 의무도 적지 않다. 가상자산을 매매·교환·보관하는 사업자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해야 한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하거나 결제를 대행하면 전자금융거래법 제28조에 따른 등록이 문제된다. 외국환거래법 제8조 제3항은 금융회사가 아닌 자가 외국통화를 사고팔거나 국경 간 지급과 수령을 업으로 하려면 미리 등록하도록 하고 12월 3일 시행되는 개정법은 이를 전자적 방법에 의한 국경 간 지급·결제로 다시 정리했다. 물론 하나의 서비스에 이 의무가 모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외 지갑에서 받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 주는 업무가 이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결제사업자가 자신에게 적용될 인허가를 예측할 수 없다면, 발행이 허용되더라도 서비스를 준비하기 어렵다.
관광 결제를 염두에 둔다면 발행, 수탁, 환전, 결제, 정산을 나누어 각 사업자가 실제로 하는 업무에 맞게 책임과 요건을 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준비자산을 관리하고 상환을 책임지는 발행인과 고객 자산을 보관하지 않고 결제 연결만 맡는 기술 제공자에게 같은 자본과 내부통제를 요구할 이유는 적다. 여러 회사가 협력하는 구조라면 각자 맡은 업무와 책임을 분명히 정하면 된다. 기존 결제사업자와 환전사업자가 이미 갖춘 인력과 설비를 활용할 수 있게 하면 새 서비스의 도입 비용도 줄어든다.
외국인이라고 신원확인을 생략할 수는 없지만 국내 계좌나 휴대전화가 없는 관광객도 서비스를 쓸 수 있는 길은 있어야 한다. 여권과 지갑 관리 권한을 어떻게 확인할지 기준을 정하고 해외 사업자가 이미 받은 고객확인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조건도 검토할 만하다. 일상적인 소액 결제와 고액·반복 거래는 확인의 정도를 달리하되 금액을 쪼개 한도를 피하는 거래는 따로 살핀다. 태국은 2025년 8월 외국인 관광객이 가상자산을 바트화로 바꿔 국내에서 쓸 수 있도록 18개월 기간의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다. 관광객은 인가받은 사업자에서 신원확인을 거쳐야 하고 가맹점 유형에 따라 월 50만 바트 또는 5만 바트의 한도가 적용된다. 국내에서도 이용 금액과 가맹점 범위를 제한해 실증을 허용하되 결과를 무엇으로 평가하고 어떤 요건을 갖추면 정식 영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지를 처음부터 함께 제시해야 한다.
결제 취소와 환불, 미사용 잔액의 상환 절차도 미리 정해 두어야 한다. 관광객이 출국한 뒤 숙소 예약을 취소하거나 상품을 반품하면 환불금을 어느 지갑으로, 어떤 통화로 돌려줄지가 문제된다. 원화로 정한 환불액과 환전을 거쳐 실제로 받는 외화 금액이 다를 수 있으므로 그 차이를 누가 부담하는지도 알려 주어야 분쟁이 줄어든다. 사업자는 자신이 부담할 의무의 범위를 예측할 수 있고 관광객은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관광객과 가맹점이 기존 수단보다 편리하고 저렴하게 쓸 수 있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관광 소비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반대로 구매와 환불이 번거롭거나 쓸 곳이 적다면 발행을 허용하는 것만으로 수요를 만들기는 어렵다. 국회와 정부는 발행인의 자격과 함께 관광 결제에서 비용과 편의가 실제로 나아지는지 검증할 수 있는 사업 요건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 설계에 반영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