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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1.04.21

가상화폐 거래소 심사기준 깐깐하게

은행권이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가상화폐 투자자 사이에 끼어 난처한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은행 측에 가상화폐 거래소 정리를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에 나선 가운데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거래소 폐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중 은행은 개정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를 규제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 소지가 불투명한 상태다.

특금법을 보면 가상화폐 거래소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시중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좌를 발급 받고 신고 절차를 거쳐야 영업이 가능하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발급하고 있는 시중 은행은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 케이뱅크 등이다. 이들과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빗썸, 코인원, 업비트, 코빗 등 4곳이다.

해당 거래소를 포함한 약 100여개의 가상화폐 거래소는 오는 9월 말까지 은행의 검증을 거쳐야 실명 계좌를 발급 받을 수 있다.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계좌 신청을 받으면 해당 거래소의 위험도와 안전성, 사업모델 등 종합적인 평가를 토대로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한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실명 계좌 없이도 가상 자산 거래가 가능하지만 원화와 가상 화폐의 전환이 어려워 사업 경쟁력 확보가 어렵게 된다.

거래소 줄줄이 폐쇄할 듯…“심사 기준 미달 업체가 다수”

시중 은행의 실명 계좌 평가 기준은 지금까지와 달리 깐깐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가상화폐 자금 세탁·사기 등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한 특별 단속을 예고한 만큼 은행권이 느끼는 부담도 상당하다.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실명 계좌를 발급 받고 있는 거래소 4곳을 제외하고는 은행의 기준을 충족하는 거래소는 전무하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실명 계좌 발급 상담이 다수 들어온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이들 모두 은행이 요구하는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칠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다”고 말했다.

이미 실명 계좌를 발급 받고 있는 거래소 4곳 역시 다시 심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안심하기엔 이르다.

차상진 차앤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거래소가 은행의 실명 계좌 발급 평가를 통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예고한 만큼 은행도 최대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 “법적 책임 없어”…근거 없는 책임전가에 당혹

시중 은행은 불분명한 책임 소지에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금법에 따라 실명 계좌 발급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가 심사를 통과한 뒤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 역시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투자수단과 거래수단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어 투자자가 예금자보호법 등 관련 법안 영향을 받지 않는다. 투자자가 거래소 폐지와 가상화폐 급락 등으로 피해를 입으면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피해 상황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렵다.

은행 역시 현행법에 의하면 가상화폐 거래로 인해 소비자가 입는 피해에 대해 보상할 책임이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거래소 실명 인증과 관련해서도 법적 처벌 역시 명확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모펀드처럼 당국이 책임을 물을 수도 있어 최대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심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녹색경제신문 2021-04-21]

URL: [심층 취재] "가상화폐 거래소 심사기준 깐깐하게"…해당 은행, 금융당국과 투자자 사이에 끼어 '속앓이' - 녹색경제신문 (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