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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7
가상화폐 과세, 법적 혼란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서비스 분야
변호사
조세법률주의는 세목과 세율을 법률에 적어 두기만 하면 지켜지는 원칙이 아니다. 납세자가 거래할 때 어떤 세금이 얼마나 부과될지 미리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준에서 보면 2027년 가상화폐 과세는 아직 준비가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가상화폐 과세는 세 차례 미뤄졌고 2027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8월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추가 유예안이 없었다. 2027년부터 가상화폐 양도·대여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하고, 연 250만 원을 공제한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22%를 매긴다. 소득세법에 과세의 근거 조항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시행일과 세율이 정해졌다고 해서 조세법률주의의 문제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모든 세부 기준을 법률이 직접 정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과세표준을 좌우하는 핵심까지 행정해석에 맡겨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도 과세요건과 과세표준의 핵심을 하위법령에 백지위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채굴·스테이킹으로 받은 토큰을 어떤 소득으로 볼지, 그 귀속 시기와 처분할 때의 취득가액을 어떻게 정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거래량이 적은 토큰의 시가,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 사이 이동의 증빙 기준도 필요하다. 2027년 이후 취득분의 실제 취득가액을 확인하기 어려우면 양도가액의 50%를 필요경비로 인정하도록 법은 정했지만 어떤 경우를 ‘확인하기 곤란한 경우’로 볼지는 대통령령에 남겨 두었다. 첫 신고는 2028년 5월이지만 과세는 2027년 거래부터다. 기준 확정이 늦어지면 이미 끝난 거래를 다시 분류하고 증빙을 찾아야 한다. 국내 거래소가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해외 거래와 개인 지갑 기록까지 맞춰 세액을 계산하는 문제는 남는다.
주식과의 형평성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국내 상장주식 소액주주의 장내 양도차익은 원칙적으로 과세하지 않지만 거주자의 국외주식 양도차익에는 세금을 매긴다. 이 구조를 참고해 국내 거래소의 양도차익은 일정 범위에서 비과세하고 해외 거래소 양도차익만 과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거래 장소만으로 세부담을 달리하면 조세중립성을 해칠 수 있고 개인 지갑 거래를 어떻게 분류할지도 문제 된다. 형평성을 말하려면 어느 거래를 같은 집단으로 볼지, 차이를 둘 합리적 이유가 무엇인지 정부와 국회가 답해야 한다.
손실 이월공제도 빠져 있다. 현행법은 한 해의 손실을 다음 해 이익에서 빼주지 않는다. 첫해 5천만 원을 잃고 다음 해에 5천만 원을 벌면 투자자는 원금을 회복했을 뿐인데 다음 해 이익에는 세금이 붙는다. 물론 손실 이월공제가 헌법상 당연한 권리는 아니며 과세기간을 한 해로 정하는 데에는 입법재량이 있다. 그래도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의 손익을 해마다 끊어 계산하는 것이 실제 담세력에 맞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이월공제를 인정하지 않으려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인정한다면 기간과 범위를 시행 전에 정해야 한다.
과세를 무기한 미룰 수는 없다. 다만 시행일을 지키는 것만으로 조세법률주의가 충족되지는 않는다. 정부는 시행 전에 하위 기준과 신고 서식을 확정하고, 법령이 불분명해 합리적으로 신고한 납세자에게 가산세를 부과하지 않을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핵심 기준을 제때 갖추지 못한다면 시행 시점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과세 준비가 부족해 생기는 혼란과 비용을 납세자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