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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4
빌려준 가상화폐, 압류할 수 있을까
변호사
문제의 배경
비트코인을 빌린 후 갚겠다는 지인의 말을 믿고 기다렸는데 약속한 날이 지나도 코인은 들어오지 않는다. 어렵게 소송에서 이기고 보니 채무자 명의의 예금도 부동산도 없고 남은 재산이라고는 거래소 계정 속 가상화폐뿐인 경우도 있다. 은행 예금이었다면 곧장 압류를 걸었을 텐데 코인 앞에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쯤 되면 채권자는 묻게 된다. 가상화폐도 분명 재산인데 왜 강제로 받아낼 수 없는가.
사실 법원은 가상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일찍부터 인정해 왔다. 문제는 절차였다. 민사집행 법령에 가상화폐를 어떻게 압류하고 현금화할지 정한 규정이 없어 실무는 '그 밖의 재산권'에 관한 집행 규정을 유추 적용했다. 압류까지는 어떻게든 나아가더라도 확보한 코인을 현금으로 바꾸는 단계에서는 법원마다 처리가 갈렸다. 채권자로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
대법원이 이 공백을 메우는 작업에 나섰다. 지난 7월 2일 가상화폐의 압류와 현금화 절차를 신설하는 민사집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개정안은 코인의 보관 형태에 따라 절차를 둘로 나눈다.
거래소에 맡겨 둔 코인이라면 채무자가 거래소에 대해 갖는 가상화폐 이전청구권을 압류한다. 압류명령이 송달되면 거래소는 채무자에게 코인을 내줄 수 없고 채무자도 이를 처분하거나 수령할 수 없다. 사실상 계정이 동결되는 셈이다. 채권자가 신청하면 거래소는 명령을 받은 날부터 1주 안에 보유 코인의 종류와 수량, 압류 경합 여부 등을 서면으로 진술할 의무도 진다.
채무자가 개인 지갑에 직접 보관하는 코인에는 별도의 장치가 붙는다. 법원은 압류명령으로 처분을 금지하는 동시에 코인을 집행관에게 이전하도록 명한다. 주목할 부분은 순서다. 집행관은 이 명령이 채무자에게 송달되기 전에도 코인을 이전받을 수 있고 그 경우 이전받은 때에 압류의 효력이 생긴다. 압류 사실을 안 채무자가 코인을 다른 지갑으로 빼돌리는 일을 막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압류한 코인을 돈으로 바꾸는 길도 정비된다. 법원이 정한 값으로 코인을 채권자에게 넘기는 양도명령과 집행관이 가상자산사업자를 통해 매각일의 시장가격 등으로 파는 매각명령이 그것이다. 다만 가격 변동이 큰 자산인 만큼 매각 시점의 시세에 따라 회수액이 달라질 수 있다. 개정안은 오는 10월 1일 시행될 예정이고 시행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도 적용된다.
실무적 시사점
채권자에게는 순서가 중요하다.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재산은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다. 개정안이 가상화폐 가압류와 처분금지가처분 절차(제213조의2·제216조의2)도 명문화한 만큼 소송에 앞서 보전처분으로 자산을 묶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채무자의 코인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 전략의 출발점이다. 거래소 계정인지 개인 지갑인지에 따라 절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거래 기록이나 입금 내역처럼 채무자와 해당 코인을 연결해 주는 자료도 미리 확보해 두어야 한다.
물론 한계는 존재한다. 채무자가 끝내 개인키(프라이빗 키)를 내놓지 않으면 집행관이 개인 지갑 속 코인을 강제로 넘겨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고 해외 거래소에 보관된 자산의 집행 문제도 이번 개정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가상화폐가 진정한 재산이 되기 위해서는 제3자 입장에서도 압류에서 현금화까지 이어지는 절차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번 대법원의 개정작업은 바로 그 틀을 처음으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채권 회수 실무에 갖는 의미가 작지 않아 보인다.
URL: 빌려준 가상화폐, 압류할 수 있을까 [디센터 기고] | De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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